*대학교에서 세미나 수업때 작성했던 자료입니다. PDF파일을 붙혀넣어서 띄어쓰기가 다소 이상할 수 있습니다.
주체적 삶에 대한 솔직한 태도 −『붓다 브레인』을 읽고 나서−
의미 부여하기
고등학생 1학년 때다.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. ‘모든 사물, 상황, 행동에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. 그 의미를 찾아내서 내가 스스로 느끼고 배우는 것, 그게 바로 능력 아닐까?’ 그 후 이 생각을 지니면서 여러 사물들을 통해 배움을 느꼈다. 가령, 내 필통에 있는 초록색 펜을 보고 ‘많은 펜들 중에서도 이 초록색 펜만이 할 수 있 고, 이 펜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꼭 있겠지? 나도 내가 잘하는 일을 찾고, 누군가에 게는 아주 중요한 사람이 되어야겠다.’라는 식으로 배웠던 적이 있다. 사실 다른 사 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황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. 그런데 이게 재미있어지기 시작하더니 ‘의미를 부여하는 김에 이왕이면 긍정적이고 기분 좋게 부여하자.’라고 생각이 발전했다. 이는 곧 사고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. 고등학교 때 어느 날 아침 에 기숙사 생활 실에 온수가 갑자기 나오지 않았다. 그러면 보통 춥다고 불평을 하 거나 건물의 시설을 탓하면서 아침부터 좋지 않은 기분으로 시작한다. 그러나 찬물 로 씻으면서 온 몸을 긴장하면서 빠르게 씻으려고 하니까 재미있기도 하고 평소보 다 시간도 절약되었다. 그리고선 ‘가끔 찬물로 씻으니까 아침부터 정신도 바짝 들고 좋네.’ 라고 생각했다. 같은 상황을 겪더라도 이미 다른 사람들과 다른 하루를 시작 한 것이다.
“한 가지 확신하고 있는 것은, 마음의 조그만 변화가 여러분의 뇌와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.”1)
같은 상황에서 어떤 마음을 갖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10초 뒤, 1분 뒤의 결과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것이다. 스스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의미를 찾는 것. 그렇게 조금씩 내 주변의 것들과 내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면 어느새 ‘나’의 의미는 굳이 찾 지 않으려 해도 느껴질 것이다. 내 주변의 사물들과 사람들과 환경을 무심코 지나 치지 않고, 느끼고 생각해보는 것이 내 삶의 의미를 더 다채롭게 해주는 것이 아닐 까? 사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 내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다.
한 번의 부정적 경험은 다섯 번의 긍정적 경험으로 치유 된다
얼마 전 친구와 크게 다투었다. 잘못은 내가 먼저 했기 때문에 사과를 했지만 실망이 컸는지 나에게 말을 심하게 했다. 처음 들어보는 말들로 인해 불안함과 두 려움이 앞섰다. 다음날 하루는 충격으로 인해 수업에 집중을 할 수도 없었고, 아무리 책을 읽으려 해도 읽히지 않았다. 며칠 후 친구한테 먼저 연락이 와서 자신이했던 말들을 사과했기에 지금은 다시 잘 지내고 있다.
이 사건이 있던 후 ‘붓다 브레인’을 읽다가 ‘한 번의 부정적 경험은 다섯 번의 긍정적 경험으로 치유된다.’라는 문구를 보았다. 사람은 부정적 기억이 긍정적 기억보 다 뇌리에 더 깊게 자리 잡기 때문에 1:5라는 비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. 나도 친구를 보면 그 당시에 상처 받았던 말들이 떠오른다. 그래도 친구와 잘 지낼수록 기 억들이 더 희미해지고 있는 것 같다. 그 때 급격하게 밀려온 감정들은 처음 느껴보 기에 너무 당혹스러웠다. 앞으로 살면서 이와 같은 일들이 반복될 수도 있고, 어쩌 면 더 심한 감정의 상처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. 타인에 의해서 혹은 생활하다 이유 모를 슬픔, 절망, 우울과 같은 감정들이 예기치 않게 찾아올 날이 있을 것이다. 어 쩌면 이러한 상황들은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. ‘붓다 브레인’에서는 “매일의 긍정 적인 작은 행동들이 모여서 우리가 새로운 신경 구조를 만들어 나아가게 됨에 따라 거대한 변화를 야기하게 된다. 이를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한 다.”라고 말한다. 다섯 번 이상의 작은 긍정적인 행동과 생각들은 그 동안 겪었던 나를 힘들게 한 감정들을 이겨낼 정도로 좋은 변화를 이끌어 줄 것이다. 시간이 지 난 후에는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. 힘들었던 시기의 자신도 사랑해야 한다. 그 한 번 의 부정적인 경험이 거칠게 내 마음을 다녀가도, 그건 다섯 번의 더 아름답고 기쁜 경험들을 맞이하기 위해 내 마음을 청소하고 간 것일 테니까 말이다.
계, 정, 혜 : 두 번째 화살을 내려놓는 방법
“우리는 괴로움에 괴로움을 더한다. 일례로, 퇴근해 집에 돌아와 보면 엉망으로
어질러져 있고 아이들 장난감이 사방에 널려 있다. 이것이 주어진 상황이다. 소파 위의 코트와 현관의 널브러진 신발이나 탁자 위 잡동사니 어디에 첫 번째 화살이 존재한단 말인가? 여기에 실재하는 괴로움은 없다. 누구도 내게 돌을 던지지도 않 았고, 내 아이가 다치지도 않았다. 화를 내야 하겠는가? 아니 그렇지 않다. 어질러 진 물건을 무시할 수도 있고, 침착하게 치울 수도 있으며, 가족들과 차분히 이야기 를 할 수도 있다. 때로는 이렇게 해내기도 한다. 그러나 만약 내가 그렇게 하지 못 한다면, 두 번째 화살이 삼독과 함께 시위를 떠난다. 탐욕은 내가 바라는 상태를 고 집하고, 분노에 휩쓸려 화가 치밀고, 어리석음은 이 모든 상황을 나에 대한 공격으 로 받아들인다.”
‘붓다 브레인’에서는 첫 번째 화살보다 두 번째 화살이 더욱 위험하다고 한다.
첫 번째 화살은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겪는 육체적, 정신적인 고통이지만, 두 번 째 화살은 이 고통들을 더 심화시키고 반복시키기 때문이다. 우리는 두 번째 화살 로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계(戒),정(定),혜(慧)를 통해 선순환으로 바꿀 수 있 다. 계(戒),정(定),혜(慧)란 불교 수행의 세 기둥으로서, 삼학이라고 불린다.
“계(戒)란, 우리의 행동과 말, 그리고 생각을 통제함으로써 자신과 남에게 해악 을 끼치지 않고 덕을 쌓는 것이다. 정(定)은 우리 내부와 외계를 파악할 때 어떻게 주의 집중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다. 혜(慧)는 우리는 무엇이 우리를 상처 입히고 도움을 주는가를 깨닫는 것이다.”
첫 번째의 괴로움으로부터 분노, 좌절, 비난 등의 부정적 감정을 더하는 것이 아 니라 마음을 추스르고, 내가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찾아야하며, 지금 해야 하는 일 을 선택하는 것이다. 이로써 삼독을 지닌 두 번째 화살을 내려놓고 우리는 괴로움 보다는 보다 편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.
“계, 정, 혜는 일상의 행복과 인격적 성장, 그리고 영적 수련의 근간이 된다.”
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고 일상생활의 변화를 가져온다. 이 세 단계의 실천은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가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. 더 이상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 소모를 하지 않고 안정적인 평형 상태를 이루는 연습을 해야 한다.
나를 만들어가다
‘내 행동에 따라 미래는 많이 달라진다. 내가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 니,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.’ 내 메모장에 적혀 있고, 이따금 읽는 문장이다. 고등 학생 시절에는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서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이 많았다. 그런데, 그 때 했던 생각들이 지금은 내 생활의 귀감이 되어 있다. 대학에 입학한 후 에는 많은 사람들과 더 폭 넓은 경험을 했지만,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없었 던 것 같다. 어떻게 해야 행복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? 어쩌면 이 질문은 직업을 선택하는 진로 고민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.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하던 가끔은 좌절도 하고 힘이 들기도 하다. 그 시간 속의 나를 어떻게 가꾸고 만 들어 나가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깨닫고 체득하는 것이 이 책이 독자들에 게 던지는 하나의 질문인 것 같다. 그리고 ‘내 감정들을 사랑해야 한다.’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하나의 대답이다. 인생은 여인숙과 비슷한 것 같다. 다양한 감정들이 손님들처럼 찾아온다. 그 모든 손님들을 존중하고 환영해야 한다. 어두운 생각, 두 려움, 부끄러움이 오더라도 웃으면서 맞이해야 한다. 내 삶을 형형색색으로 채워주 는 하나의 색깔이고, 그 감정들로부터 혹은 그 감정들을 극복하면서 얻게 되는 경 험들은 내 삶을 안내해줄 지표가 되어줄 테니 말이다. 나는 항상 이 어구를 생각한다.
왜
‘붓다 브레인’을 읽은 후에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. 책을 읽으며 내 가 평소에 지니고 있던 생각과 합치하는 내용들은 내 생각들을 더욱 견고하게 해주 었고, 새로 알게 된 내용들은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었다. 그것들을 에세이에 적어내 리면서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었다. ‘붓다 브레인’은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인 간의 정신작용을 분석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준다. 나는 이 책을 단순히 감정을 잘 다스려서 행복해지기 위한 서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. 책을 완독 후에 ‘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생각해야 한다.’라는 느낌을 받았다. 감정의 변화도 결국 스스 로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. ‘붓다 브레인’은 그 방법론적인 부분을 알려주었을 뿐이 다.
나는 요즘 대학에 왜 다니는지에 대해 고민이 깊다. 값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왜 대학이 다니고 있는지, 현재의 대학 생활이 그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 이 많아졌다. 나아가,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받았을 법한 ‘왜 살아?’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하루에 수 십 번은 되묻는다. 삶의 목적에 대해 공허해졌다. 앞의 문단 들에서 서술했던 ‘의미 부여하기, 부정적 경험의 승화, 화를 다스리는 법, 내 감정을 사랑해야 한다.’ 등의 내용들도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아픔의 굴곡을 매워주는 이야기이다. 그런데 지금 그 ‘무엇’이 없다. 매일 매일이 평범하다. 사소한 것들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으려 해도 재미가 없다. 고등학교 3년 동안은 적어도 ‘시험’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. 아침에 눈을 떠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았고, 하루를 어떻게 그리고 왜 보내야 하는지를 알았다. 그래서 그 과정 속에서 나 만의 재미를 찾았던 것이다. 그런데 지금은 인생에 굴곡이 없다. 똑같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복되는 생활이 나를 ‘왜’에 대한 고찰을 잊게 했다.
우린 아주 열심히 공부한다.
우리의 마음을
지식들로
믿음들로
자료들로
또 세상의 이야기들로 채우려고.
그렇게 우린 인간의 생각들이 되어 버리고
그 대 신 우리 자신을 잃어버린다.
'어떻게'를
'왜'를
그리고 그 모든 것의 목적을 생각 하는 분주함 속에서.
우리는 우리 존재를
온갖 경험들로 위장한다
‘붓다 브레인’을 읽고 내 삶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. 나는 아 직도 고민하고 생각하고 혼란스러워한다. 주체적인 삶과 생활에 대해 내가 지금 해 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한 해답이 생각나지 않는다. 어쩌면 이 고민들은 나만 의 것이 아니라 내 또래의 20대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. 그 해답을 책에 서 찾을 수 있을까? 아니면 영화, 강의 혹은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을까? 생활의 목적을 잃으니 점점 더 무력해지고 의지가 없어지는 것 같다. 나를 흥분시키고 나 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일은 무엇일지, 내가 주체적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나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 한 것 같다.
글을 마치며
우리는 살아가면서 행복과 가치 있는 삶, 더 나은 삶을 바라고 지향한다. 지금까지 글에서 나는 행복의 ‘어떻게’의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경험과 견해들을 살려서 서술 해왔다. 내가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방법, 일상생활의 여러 사물과 상황들을 대하 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해 왔다. 그리고 전 생애에 걸쳐서 해야 하는 고찰, ‘왜’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내 삶의 이유를 더 근본적이고 구체적으로 찾아야 하는 당위성 을 말했다.
“행복은 ‘무엇‘이 아니라 ‘어떻게‘의 문제입니다. 행복은 대상이 아닌 재능의 문제입 니다.
우리 주변에는 똑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. 그러나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누 군가는 이렇게 생각한다. ‘음식을 파는 건 사람들에게 건강함을 선물하는 것이다. 새벽에 청소부 일을 하는 건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길거리와 하루를 선사하는 것이 다.’ 또 누군가는 ‘다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.’라고 말한다. 물론 순수 한 마음으로만 그 일들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. 그러나 세상을 ‘어떻게’ 바라보느 냐에 따라서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. 행복이란 ‘어떻게’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. 주변의 상황이 날 괴롭게 한다고 해서 동조하지 말자. ‘어떻게’에 따라 우린 더 따 뜻하고 밝은 사람이 될 수 있다. 우린 ‘주체적’인 사람이기 때문이다.
-참고문헌
『붓다 브레인』(2010 ; 릭 핸슨, 리처드 멘디우스 공저 ; 불광출판사)
『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』 ( 2005 ; 류시화 저 ; 오래된미래)
『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』( 1998 ; 류시화 저 ; 열림원 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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